일상

과다출혈

묘지위에핀꽃 2018. 2. 13. 13:23

1. 병이라고 해야할까. 요새 너무 자의식 과다출혈이 심해서 육체와 정신이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본래 내 모습으로 돌아 간 것 같아 이런 상태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편안함과 고통은 서로 양립불가능한 모순적인 것 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 이런 변화를 감지한 내 몇 안되는 친구들은 "요새 너 왜 그러냐" 하면서 안부를 전해온다.

왜그러기는 원래 이게 나다 친구들아..

군대를 다녀오기전 위와 비슷한 약간의 염증이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염증의 환부를 숨기고 참아내기에 급급했었는데,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건 숨기거나 참아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3. 지인 그리고 친구들과 만나기로한 약속들을 모두 다 취소하고 싶다.

사람과의 만남은 역시 나에게 피곤한 시간의 연속이다. 서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에 맞춰주다보면 어느새 입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또 만나봤자 대화라는 것도 너무나 진부하고 흥미가 없는 것들이라 듣고있노라면 졸음이 찾아온다. 또 내가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말하기를 좋아하는게 아니라서.



4. 이런 상태인 나지만 또 친구 혹은 지인이 다음 약속을 잡거나 부탁등을 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으나 몸은 수긍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조금이나마 행복해지려면 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잘 알지만 상대의 마음이나 기분에 생채기를 낼까봐 그런건 도저히 하지 못한다.



5. 내 의지와는 별 상관없이 만들어진 몇 개의 약속들이 벌써부터 나를 조롱해된다. "다 니가 자초한거야" 라고.

요조의 익살가면이 생각난다. 나는 가면을 벗어야 비로소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