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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묘지위에핀꽃
2018. 3. 31. 21:25
멍한 시간들 틈 사이에서 네가 떠올랐다가 가만히 가라 앉는다
나는 봄을 맞이 할 준비가 안됐는데 벌써 사방에서는
연분홍 색 꽃 잎들이 설쳐대고 있는 봄이란다
봄이라고 꼴에, 내 마음 속 한켠에서는
혼자만의 슬픈 꽃이 피어 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나는 그만 질겁 해버리고 만다
피어나지 못 할 운명 혹은 피워내도 아무도 안 봐줄걸 알기에
짓 밟아보아도 심술궃은 꽃은 나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제 몸집을 불려간다
네가 무심히 건낸 한마디를, 그러니까 예를 들어보자면,
네가 건내 주지도 않았을, 얼음을 한가득 띄운 차가운 커피를 아껴 마시며
따뜻하다고 상상해 버리고 마는 것,
나는 고개를 들어 별을 한껏 볼 수 있지만 별은 나를 결코 못 본다
모순을 만들어내는 네 앞에 서면
수 많은 단어와 감정들이 입 속에서 질서없이 뒤엉켜 버린다
풀기에는 시간이 걸려서 그냥 삼켜버리니
웃음만이 툭, 나와 버리고 만다 벙어리처럼
나는 왜이리도 쓸데없이, 젊고 뜨거운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