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1.
나는 지금 해운대 호텔에 있다. 코너가 아니면 좀 답답할 것 같아서 코너 스위트로 방을 잡았다.
호텔에 혼자 혹은 친구와 둘 정도로 와서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나만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휴가를 호텔 그 자체를 즐기로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또 일본 소설이나 한국 현대문학에도 이러한 휴가 방법이 참 많이 나온다)
어쨌든 나는 이틀간 이곳에서 쉬다 갈 것이다.
2.
고층이라 전망이 썩 괜찮고 둘이서 지내기에 공간도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도착하려면 두 시간 남짓 남았다. 그래서 혼자 방안에 있는데 마땅히 할 것도 없고 해서 글을 쓴다.
지금은 참 어설프고 조잡한 문장이지만 누군가처럼 나도 매일 일기를 몇년 혹은 몇 십년 동안 쓰다보면 문장력을 조금이라도 끌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잘쓰고 싶은것은 직업적 이유나 혹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단순히 개인적 만족감을 채우려 함이다.
또 다음과 같은 기대도 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용하는 어휘나 문장력이 풍부하고 탄탄할수록 사물과 사람 그리고 세상을 보는, 생각하는 깊이와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글을 쓴다.
3.
나는 호텔을 이용하는 것과 가끔 사치를 부려 스카이라운지 혹은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값비싼 돈을 치르는 걸 아까워 한 적이 없다.
이는 내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서가 아니라 일종의 나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투자란 단어가 적합한 표현일까.
물론 나의 방법이 잘못된것일 수도 있다.
고급 식당과 호텔등을 전전하다보면 쓸데없이 눈과 입맛만 고급해져서 나중에 곤혹을 치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들을 이용하면 나의 너무나 이상화되고 나만의 세계에 경도된 시각을 어느정도 끌어내려줘서 현실과 어느정도 맞춰준다. 달리 표현하자면 어느정도 세속화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안타깝게도 속물적 기질과 욕심 그리고 자신과 세상 사이에서 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건 살아가면서 저절로 체득된다는 주변사람들의 주장도 많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일에 너무나 치중하여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그런 나만의 시각을 끌어 내려주는것은 자본주의의 최정점의 서비스들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자비를 지불하고서 호텔이나 레스토랑등을 이용한다.